“유튜브를 통해 민음사가 마냥 완전 뼛속까지 고루한 선비는 아니고, 멋진 갓을 쓰고 랩도 할 줄 아는 선비라는 것을 보여주게 된 것 같아요.”
민음사TV는 ‘출판사의 유튜브 채널’하면 흔히들 떠올리기 쉬운 콘텐츠와는 조금 다른 접근으로 책을 이야기합니다. 책의 내용과 가치에 대한 직접적인 소개보다는 하나의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 그리고 그 과정 뒤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좀 더 집중하고 있는데요.
책 뒤의 숨은 존재였던 편집자들의 ‘책을 빼놓고는 말할 수 없는’ 일상을 담아낸 콘텐츠와 문학평론가의 ‘고품격 덕후 문화’ 이야기까지, 민음사TV는 약간은 어렵게 느껴지던 출판사의 이미지에 다채로운 색을 입히고 있습니다.
유튜브 한국 블로그에서 연재되는 인터뷰 시리즈 ‘#유튜브로 성장해요’는 유튜브를 통해 비즈니스를 키워가는 채널들을 소개합니다. 시리즈의 세 번째 순서로는 민음사 공식 유튜브 채널 ‘민음사TV’를 만들어가는 마케팅부 조아란, 성연주님과 이야기를 나누어보았습니다.
민음사 마케팅부 조아란 팀장(좌), 성연주 대리(우)
Q. 간단하게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민음사에서 마케팅을 담당하는 조아란 팀장과 성연주 대리입니다. 도서 전반의 마케팅과 유튜브 채널을 비롯한 민음사의 공식 SNS 채널을 관리하고 있어요. 유튜브 채널 운영을 시작한 지는 1년 반이 조금 넘었습니다.
Q. 어떤 계기로 민음사TV를 시작하게 되었나요?
회사 차원에서 유튜브 채널 운영에 대한 의지가 강하기도 했고, 마케터로서도 유튜브 채널은 꼭 운영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채널을 시작하게 된다면 정말 제대로 하고 싶다는 생각과 영상 제작에 대한 노하우 부족으로 시작을 계속 미루고만 있었는데요. 저부터도 유튜브를 정말 많이 소비하기도 했고, 다른 플랫폼의 마케팅 효과나 활용도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이렇게 유튜브를 많이 보는데, 나도 하면 제대로 할 수 있겠지’ 하는 자신감으로 시작했습니다.
채널을 시작하기 전 유튜브 문법을 잘 아는 외주 제작사를 먼저 찾았습니다. 촬영과 편집을 진행하기에는 인력 등 여러가지 부분을 고려했을 때 저희만으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외주 제작 팀과 함께 하겠다는 것, 그리고 채널 운영이나 콘텐츠 방향성에 대해 저희 팀에 전권을 주겠다는 것을 먼저 확실히 해두고 시작했습니다.
Q. 유튜브 채널은 어떻게 운영하고 계신가요?
저희 둘 외에 콘텐츠 촬영, 편집을 함께 하는 외주 팀과 함께 민음사TV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함께 할 팀을 찾는데만 6개월 정도 걸렸어요. 이 팀의 PD님들과 기획 단계 논의부터 촬영, 편집과 최종 영상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 받는 것까지 모두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저희 둘의 가장 중요한 일은 채널의 방향성을 잡고 이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사내의 직원들을 최대한 소스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책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하는데, 아무래도 책을 가장 잘 아시는 분들은 편집자 분들이기 때문에 이 분들의 이야기를 많이 다루게 되는 것 같아요.
민음사 마케팅부 조아란 팀장
Q. 민음사TV에서는 주로 어떤 콘텐츠를 제작하시나요?
유튜브라는 플랫폼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은 정말 다 해본 것 같아요. 지금껏 도서로만 민음사를 접했던 독자들이 유튜브 채널을 ‘살아있는 민음사’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욱 신경을 많이 썼는데요. 그렇지만, 출판사의 채널이라고 해서 단순히 책 소개 트레일러나 강연 영상만 올리고 싶지는 않아서 ‘나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해보자’는 생각으로 정말 다양한 시도를 해오고 있습니다. 작가의 셀프 인터뷰, 편집자의 브이로그나 문학평론가와 함께 덕후 문화를 다루는 코너까지 여러가지 콘텐츠를 다루고 있어요. 가장 인기있는 코너인 ‘말줄임표’의 경우 화진, 기현 두 편집자 분들이 자유롭게 놀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자는 생각에서 시작했는데, 두 분의 매력 덕분에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민음사 마케팅부 성연주 대리
Q. 정말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시는데, 제작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어떤 것인가요?
다양한 시도를 하다 보니 ‘그래도 출판사 채널인데 너무 책 이야기를 안 하는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대부분의 콘텐츠들이 결국엔 책 이야기로 귀결되어 중심을 잘 잡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오히려 저희가 정말 사랑하는 책에 대해 열심히 이야기 하더라도 책 광고로 느껴진다면 아무도 보지 않을 것 같습니다.
또 콘텐츠를 만들고, 시청자들의 댓글을 보면서 많은 것들을 배워나가고 있어요. ‘유튜브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요즘 유행하는 것을 가져다가 써볼까? 재미 요소에 더 집중을 해볼까?’ 하는 생각으로 만들면 오히려 좋은 반응을 얻기가 힘들더라고요. 오히려 저희가 너무 따분하다고 생각해 벗어나고자 했던 출판사의 이미지가 시청자 분들께는 새롭게 다가갔던 것 같아요. ‘유튜브 콘텐츠를 만들 때에도 민음사만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하구나’ 라는 점을 느끼고 있습니다.
Q. 채널을 운영하며 비즈니스적인 부분에서 도움을 받았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나요?
가장 크게 느끼는 부분이라면 민음사의 새로운 브랜딩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점이에요. 60년된 출판사이다보니 브랜드로서 새로워져야 한다는 과제가 있었습니다. 민음사라고 하면 왠지 좀 어렵고, 권위적인 이미지가 있었달까요? 하지만 유튜브를 통해 지금껏 책으로만 만났던 민음사의 새로운 모습이나 본인이 읽은 책의 표지 디자인을 한 디자이너의 이야기를 보고들으니 브랜드에 대한 인식도 더욱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 같습니다.
또 한 가지는 민음사에서 운영하는 여러 서비스들에 대한 반응이 빨라지고, 소비자들과 가까워졌다는 것도 확실히 느껴집니다. 10년 째 운영하고 있는 ‘민음북클럽’ 10기 회원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책 순위에 유튜브 ‘말줄임표’ 콘텐츠에서 박혜진 편집자가 추천한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가 1위로 올랐습니다. 이 전에는 20위권 안에도 들지 못했던 책인데 말이죠. 또, 유튜브를 보고 ‘민음북클럽’에 가입했다는 댓글들도 많고요. 많은 독자 분들이 유튜브를 통해 민음사와 더 가까워졌다고 느끼시는 만큼, 저희도 유튜브를 통해 독자분들과 훨씬 더 가까워진 것 같다고 느낍니다.
Q. 향후 민음사TV의 채널 운영 계획이나 목표는 어떻게 되시나요?
일단 11월 초에 말줄임표 시즌2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더 멀리 보자면 지금보다 더 탄탄하고 내실있는 채널을 만들어나가고 싶어요. 구체적으로는 올 해 안에 구독자 5만 명을, 내년에 10만명을 달성해서 실버버튼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네요. 저희 채널의 캐치프레이즈가 ‘책보다 재밌는 책 이야기’인 만큼, 앞으로도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나가고 싶습니다.
Q. 민음사TV에게 유튜브는 한 단어로 어떤 의미인가요?
민음사의 새 얼굴이자 새로운 시도, 그리고 확장의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유튜브만큼 브랜딩에 좋은 플랫폼이 없는 것 같아요. 민음사TV 채널을 운영하며 브랜드의 자존감이 더욱 높아졌다고 느낍니다. 유튜브를 통해 민음사가 마냥 뼛속까지 완전 고루한 선비는 아니고, 멋진 갓을 쓰고 랩도 할 줄 아는 선비라는 것을 보여주게 된 것 같아요. 단순히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이미지들도 인정하고 좋아할 수 있게 됐어요. 유튜브 덕분에.
Q. 유튜브를 브랜딩이나 마케팅에 활용하고자 하는 분들께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유튜브를 비즈니스에 활용한다면 당장 인기를 얻을 수 있는 킬러 콘텐츠를 만든다든지, 광고를 열심히 한다든지 흔히 이런 방법들을 생각하실 것 같은데요, 유튜브 채널을 단순히 광고, 홍보 목적으로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히려 이런 마인드를 버려야 얻어갈 수 있는 것이 많은 플랫폼인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너무 비즈니스로만 접근하기 때문에 유튜브에서 브랜드 채널이 성장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브랜드의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방향으로, 명확한 비전을 가지고 자신감 있게 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구독자분들께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우선 너무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애정이 담긴 따뜻한 말들로 힐링이 될 때도 많고, 사기가 오르기도 합니다. 실제로 유난히 지친 날에 채널의 댓글들을 읽기도 했어요. 또 구독자 분들의 피드백을 통해 정말 많이 배우기도 합니다. 하반기에는 저희도 좀 더 적극적으로 마음을 표현하고, 구독자 분들과 소통해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