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혹은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많은 것을 가능하게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기 힘든 날에도 좋아하는 대상을 생각하면 하루를 활기차게 시작할 수 있고, 울적한 날에는 좋아하는 대상과 관련한 콘텐츠를 감상하는 것이 기분을 전환시켜주기도 합니다. 이렇게 좋아하는 마음을 간직하고 열정적으로 무언가에 몰입하는 팬들에게 팬덤(Fandom) 활동은 결코 사소한 취미가 아닙니다. 팬덤 활동은 개인에게 깊은 성취감과 정서적 만족을 주며, 정체성을 형성하고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에 대한 강력한 연대감을 느끼게 해주는 하나의 경험이기 때문입니다.
Kresnicka Research & Insights(KR&I)의 팬덤 협회(Fandom Institute)에 따르면, 팬덤은 나와 내가 좋아하는 대상 사이의 ‘관계’입니다. 팬덤의 대상에게 우리는 공감하고, 정서적 만족을 느끼며, 기꺼이 몰입하고 나아가 투자하기도 합니다.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팬들이 좋아하는 크리에이터나 아티스트, 그리고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등과 맺는 관계도 발전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콘텐츠가 넘쳐나고 각양각색의 크리에이터가 창의성을 발휘하는 유튜브는 수많은 팬들이 모여 콘텐츠를 시청하고,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공간입니다. 유튜브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3%가 자신이 어떤 인물이나 대상의 팬이라고 밝혔으며1, 이들 중 90%가 좋아하는 대상에 대한 콘텐츠를 소비하기 위해 최소 일주일에 한 번은 유튜브를 이용한다고 응답했습니다2.
유튜브는 팬덤의 허브로써, 변화하는 팬덤에 대해 조사하고 연구를 진행했는데요. 유튜브 컬처 & 트렌드 팀이 발표한 ‘팬덤’ 트렌드 리포트를 소개합니다!
콘텐츠 소비자에서 제작자로, 유튜브에서 진화하는 팬덤 문화
가장 큰 변화는 팬들이 이제 좋아하는 콘텐츠를 단순히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소통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특히 최근 몇년 간 숏폼 영상 제작과 생성형 AI 분야에서의 기술적 발전으로 팬들은 훨씬 다양하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팬덤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팬덤의 계층화가 나타났으며, 이제 어떻게 팬덤 활동을 하느냐에 따라 캐주얼 팬, 빅 팬, 슈퍼 팬, 프로페셔널 팬으로 구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Z세대 팬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50%가 캐주얼 팬, 24%가 빅 팬, 18%가 슈퍼 팬, 8%가 프로페셔널 팬이라고 스스로를 규정했습니다3. 자신이 어느 유형의 팬에 해당하느냐에 따라 유튜브에서 활동하는 방식에도 차이가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캐주얼 팬의 경우 가끔씩 좋아하는 대상에 대한 콘텐츠를 시청하고 댓글을 달지만, 프로페셔널 팬의 경우는 좋아하는 대상에 대해 전문적인 콘텐츠를 만들고 수익까지 창출합니다.
유튜브에서는 전 세계 팬들이 모이는 유명한 팬 커뮤니티부터 아는 사람만 아는 작은 규모의 팬덤까지 모두 접할 수 있습니다. 아티스트 테일러 스위프트의 팬덤인 ‘스위프티'는 테일러 스위프트의 노래와 서사, 마케팅 전략까지 분석하고 유튜브를 통해 새로운 팬들에게 공유하는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Ally Sheehan과 같은 크리에이터는 테일러 스위프트의 문화적 영향력을 넓히고, 새로운 팬들을 슈퍼 팬의 길로 인도하고 있습니다.
이와 정반대의 영역에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있는 한 육교를 집요하게 관찰하고 이에 대한 감상을 나누는 yovo68 채널이 있습니다. 이 육교는 높이가 낮아 그 아래를 시원하게 긁고 지나간 트럭만 100대 이상에 달하는데요. 구독자 30만 명 정도의 이 비교적 작은 커뮤니티 구성원들은 실제로 그 다리 근처에 살지도, 서로 만난 적도 없지만 채널의 댓글창에서 동지애를 나누며 한데 어울리고 있습니다.
팬 콘텐츠를 통해 팬이 되는 한국의 ‘젠지(GenZ)'
올해 한국에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콘텐츠에 대한 리액션 콘텐츠를 업로드하는 크리에이터들이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대표적으로 크리에이터 찰스엔터는 <환승연애3>와 <선재업고튀어>를 보며 생동감 넘치는 리액션과 재치있는 입담을 선보였고, 콘텐츠 자체를 넘어 콘텐츠를 설명해주는 콘텐츠를 더 즐기는 팬덤을 형성하였습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 Z세대의 53%는 어떤 대상 자체보다 그 대상에 대해 토론하거나 분석하는 콘텐츠를 시청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4, Z세대 팬의 57%는 때때로 자신이 팬인 대상보다 자신과 같은 대상을 좋아하는 다른 팬들에게 더 연결감을 느낀다고 합니다5. 실제로 찰스엔터가 올린 환승연애3 마지막회 리액션 영상의 댓글 중에는 프로그램 자체보다 크리에이터와 더 정이 들었고, 리액션 영상을 보기 위해 본방송을 봤다는 댓글까지 달렸으니, 이러한 프로페셔널 팬들이 공유하는 팬 콘텐츠의 영향력은 정말 엄청난 것 같죠?
유튜브에서 탄생하는 새로운 스타와 새로운 팬덤
유튜브에서는 크리에이터들이 팬덤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죠. 크리에이터들은 유튜브에서 독창적인 창의성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커뮤니티와 팬덤을 구축해왔으며, 이제는 더 나아가 놀라운 속도로 대중의 마음 속을 파고들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는 침착맨, 잠뜰과 같이 유튜브 생태계에서 오랜시간 팬덤을 키워온 크리에이터들이 팝업스토어를 통해 오프라인에서 다수의 팬들과 대중을 만나기도 했죠!
이제 크리에이터들은 더 나아가 새로운 팬덤의 대상을 자체적으로 창조해내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이세계아이돌입니다. 지난 2021년 게이밍 크리에이터 우왁굳은 버추얼 오디션을 개최하여 6인조 버추얼 그룹 이세계아이돌을 탄생시켰습니다. 이들은 다양한 유튜브 콘텐츠는 물론, 오프라인 콘서트나 팝업스토어를 통해서도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이세계아이돌만의 팬덤 문화를 만들었습니다.
한편, 작년에는 피트니스 크리에이터 김계란이 직접 멤버를 선발해 QWER이라는 밴드를 데뷔시켰습니다. 데뷔 후 이들은 ‘Discord’와 ‘고민중독’ 등의 노래들로 큰 인기를 끌었고, 가장 최근에 발표한 ‘내 이름 맑음’은 유튜브 주간 인기 뮤직비디오 차트 1위에 오르기도 하면서 탄탄한 팬덤을 보유하고 있음을 확인시켜줬습니다.
크리에이터들이 만든 ‘부캐'들도 팬덤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빵송국 채널에서 큰 인기를 얻은 ‘이호광’ 캐릭터를 아시나요? 코미디언 이창호가 만든 이 캐릭터가 부른 뮤지컬 <킹키부츠>의 ‘Land of Lola’는 77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화제가 되었는데요. 댓글 창에는 이 영상을 매일 보러온다는 팬들의 고백이 가득합니다.
한편, 크리에이터 랄랄ralral은 67세 부녀회장 ‘명화’라는 새로운 캐릭터와 그녀의 팬덤을 탄생시켰는데요. 어디선가 본 듯한 생동감 있는 캐릭터와 실감나는 연기로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며 화제를 모았는데, 인기에 힘입어 최근에는 팝업스토어를 열기도 했죠.
이처럼 팬들은 이제 단순히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창작 활동에 참여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Z세대의 경우, 응답자의 68%가 스스로를 ‘영상 콘텐츠 크리에이터’라고 생각한다고 답했을 정도로 콘텐츠 창작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죠. 팬덤의 대상 또한 팬들의 이러한 참여에 빠르게 반응하며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하고 다양한 시도를 이어나가고 있는데요. 결과적으로 팬 문화는 새로운 대중문화를 이끄는 주요 동력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1. 출처: Google/SmithGeiger, 2024년 5월 한국, 14~44세 온라인 이용자 1,002명 대상 YouTube Trends 설문조사.
2. 출처: Google/SmithGeiger, 2024년 5월 한국, 14~44세 온라인 팬 732명 대상 YouTube Trends 설문조사.
3. 출처: SmithGeiger 연구, 2024년 5월 한국, 자신이 팬이라고 밝힌 14~24세 온라인 이용자 대상.
4. 출처: Google/SmithGeiger, 2024년 5월 한국, 14~24세 Z세대 온라인 응답자 294명 대상 YouTube Trends 설문조사.
5. 출처: Google/SmithGeiger, 2024년 5월 한국, YouTube Trends 설문조사, 14세~24세 Z세대 온라인 팬 217명 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