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3일 구글코리아 사무실에서 한국인 감독 최초로 ‘커다란 꿀밤나무 아래서 (The Chestnut Tree)’라는 작품으로 유튜브 스크린에 선정된 이현민 감독과의 화상 인터뷰가 있었습니다. 이현민 감독의 작품은 전통적인 핸드드로잉 방식으로 그린 2D 애니메이션으로 엄마와 어린 딸이 꿀밤나무 아래에서 가졌던 행복했던 기억들을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답게 담고 있습니다. 1시간 동안 진행된 이번 화상 인터뷰는 애니메이션을 전공하는 학생들과 이현민 감독이 함께 대화를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아래는 이현민 감독과의 대화에 참여한 청강문화산업대학 애니메이션과 2학년 하사라 학생이 작성한 글입니다.



우리 청강문화산업대학 애니메이션과 학생들은 지난 10월 23일, 굉장히 뜻 깊은 시간을 가졌습니다. 2D 핸드 드로잉 분야 디즈니 최초의 여성 한국인 애니메이터인 이현민 감독과 화상으로 만나 마음속에 무언가 하나씩은 담아 왔습니다. 애니과 학생들은 아침 9시 선선한 날씨에도 늦지 않기위해 서두르며 긴장한 탓인지 땀을 흘리며 유튜브가 있는 구글 코리아 사무실에 모였습니다. 유튜브 측의 배려로 카페테리아에서 아침을 먹으며 이현민 감독과의 시간을 기다릴 때 만해도 어려울 듯한 자리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화상 연결로 만난 이현민 감독은 생각보다 너무 젊고 또 예뻐서 친구처럼 친근한 인상이셨습니다.





유튜브에서 준비해준 다과를 먹으며 우리는 조금씩 긴장을 풀고 궁금했던 이야기들을 꺼내기 시작했고, 특히 이현민 감독의 진솔한 모습을 통해 짧지만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먼저 이현민 감독의 애니메이션 ‘커다란 꿀밤나무 아래서’를 세계 최대의 열린 극장, 유튜브 스크린을 통해서 감상했습니다. 그러고서도 처음에는 선뜻 질문을 하지 못했던 우리를 위해 이현민 감독은 먼저 자기소개와‘커다란 꿀밤나무 아래서’를 만든 동기와 그 과정에 대해 말씀해 주셨습니다.



이현민 감독은 2000년 미국으로 가서 웨슬리안 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캘리포니아 예술학교(CalArts)에서 애니메이션 석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현재는 디즈니에서 최초의 아시아계 여성 2D 애니메이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커다란 꿀밤나무 아래서’도 CalArts 재학 중에 제작했다고 했습니다.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추억과 회상이 들어있는 작품이라는 설명에 작품에 대한 감동이 좀 더 크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화상인터뷰에서 저희와 이현민 감독이 나눈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Q. 애니메이터로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가요?

A. 기본적으로 그림 연습을 많이 해야 합니다. 주변 친구들을 그리던, 주말에 동물원에 가서 동물을 그리던, 많은 드로잉 연습이 필요합니다. 또한 필름메이킹을 할 때는 주변에 대한 관찰력이 중요합니다. TV, 뉴스, 연극 등을 볼 때도 늘 그 움직임과 포즈를 자세히 관찰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하여 움직임을 파악해서 손이 움직일 때도 그 손을 움직이는 게 어떤 사람이고, 왜 움직이나? 를 알 수 있게 그 동작을 한 프레임 안에 담는 것이 중요하지요. 그러려면 물론 인내심도 중요하고요.



Q. CalArts에서 애니메이션을 배우는 학생들의 진로는 보통 어떤가요?

A. 애니메이터나 스토리보더, 컬러나 디자인 구상을 하는 컨셉 디자이너, 배경이나 셋업을 하는 레이아웃 등 진로는 다양합니다. 그 중 자신의 흥미 분야에 맞춰서 포트폴리오를 제작하게 되지요. 보통 스퀀스 단위로 제작하며, 완성된 포트폴리오는 자신이 가고 싶은 스튜디오에 지원할 때 사용됩니다. 또 교수님들이 활동하시는 스튜디오에 인턴으로도 많이 가게 됩니다. 혹은 개인 작품을 만들어서 페스티벌에 내서 자기 이름을 알리기도 하고요.



Q. 요새 3D가 대세였는데 지금은 어떤가요?

A. 질문대로 3D를 많이 제작했었지만 요새는 다시 2D의 중요성을 느끼고 2D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습니다.



Q. ‘커다란 꿀밤나무 아래서’의 제작 기간은 어느 정도인가요?

A. 구상은 2학년 2학기 후반쯤에 했지만, 3학년 1학기 때는 개인적으로 바빴기 때문에 3학년 2학기 때 거의 다 제작했습니다. 1~5월 동안 애니메이팅을 집중적으로 했고요. 빠듯해 보일 수 있지만 준비 단계가 길었던 것이 전체적으로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Q. 미국 애니메이션 업계의 제작 여건은 어떤가요?

A. 애니메이팅에만 신경 쓸 수 있도록 많이 신경 써줍니다. 빨리 많이 그리기 보다는 그 애니메이팅이 얼마나 잘 나오는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요.



Q. 미국에서 공부하게 된 계기와 여건은?

A.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서 주변 분의 권유로 웨슬리안 대학에 장학금 신청을 했다가 합격하게 되어 미국에서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학교에서도 많이 신경을 써줘서 편했고, CalArts도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아서 힘을 많이 얻었습니다.



Q. 디즈니에서 개인 작업 시간이 있나요?

A. 회사에서는 아니지만 보통 퇴근 후 집에 가서 개인 작업합니다. 집에도 작업대를 구성해 놓는 경우가 많고, 그렇게 그린 것들을 스캔을 하고 개인 컴퓨터로 작업합니다.



Q. 처음 미국에 갔을 때 현지의 어려움과 영어는 어떻게 극복했나?

A. 부모님의 직업상 어렸을 때 홍콩에서 살았습니다. 그래서 영어는 어려움이 없었지만 문화적 차이 때문에 대화를 끌어나가는 게 어려웠지요. TV도 유명인도 책 등도 한국인과 미국인들은 서로 다른 경험을 하기 때문에 공통된 대화거리가 없었다. 하지만 외국인들이 많은 나라이기에 이해해주고 배려해주어서, 한국에서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 하고, 친구들이랑 만나면서 점차 적응할 수 있었어요.



Q. 많은 애니메이션 스타일이 있는데, 그 중 디즈니인 이유와 그 매력은 무엇인가요?

A. 어렸을 적 홍콩에서 많이 보기도 했고, 모든 이들이 공감하는 어릴 적 추억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어릴 적 추억이 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다는 일은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즈니의 그림은 한 장 한 장이 가슴이 와 닿지요. 어렸을 때도 살아있는 캐릭터를 만든다는 것에 매력을 느꼈고, 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 있다고 생각해요.



이처럼 다양한 질문들을 하며 이현민 감독과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도 아직 배우는 중이니, 많이 질문해도 괜찮아요.’라고 하며 메일 주소도 알려주셨는데, 친구들이 텍사스 벌판을 질주하는 들소 떼 마냥 달려들어 너무 많은 질문을 하지 않을까 싶어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애니메이션을 배우는 학생으로서 너무도 유익한 시간이었기에 이런 자리를 마련해준 유튜브 팀과 교수님, 그리고 바쁜 가운데 시간 내주신 이현민 감독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