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는 한국 크리에이터들의 성장이 특히 눈에 띄는 한 해였습니다. 신선한 아이디어와 탄탄한 기획력을 바탕으로 콘텐츠, 그리고 크리에이터들은 많은 시청자들의 지지를 얻으며 유튜브 안팎을 뜨겁게 달구기도 했는데요. 유익한 콘텐츠 덕분에 시청자들은 때로는 즐거움과 감동을 느끼기도 하며 더욱 풍성한 한 해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열여덟 번째 크리에이터와의 대화는 ‘유튜브 라이징 스타’를 주제로 진행됐습니다. 이번 행사에는 2019년 한 해 동안 구독자 수 기준 가장 많이 성장한 세 채널을 모셨는데요. 오랜 시간 동안 쌓아온 외식업 분야의 노하우와 요리 레시피를 나누며 채널 개설 사흘 만에 구독자 수 100만 명을 돌파하기도 했던 ‘백종원 요리비책’의 백종원 님,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직업을 참신하고 재치 있는 기획으로 풀어낸 웹 예능 ‘워크맨’의 고동완 PD님과 엉뚱하고 솔직한 매력으로 전 세대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열 살 펭귄 펭수의 ‘자이언트 펭TV’를 만들어가는 이슬예나 PD님을 모시고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Q. 간단하게 본인 및 채널 소개 부탁드립니다.
백종원의 요리비책: 안녕하세요, 백종원입니다. 유튜브에서 ‘백종원의 요리비책’이라는 음식 만드는 채널을 운영하며 창업하시거나 외식업을 운영하시는 분들을 위한 질의응답 코너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워크맨: 저는 JTBC 스튜디오 룰루랄라의 고동완PD입니다. 이 전에는 뇌피셜이라는 프로그램을 연출하였고, 런닝맨을 하며 오랫동안 방송 경험을 쌓다가 지금은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자이언트 펭TV: 안녕하세요, 이슬예나 PD라고 합니다. EBS <자이언트 펭TV>를 기획하고 제작하고 있습니다.
Q. 어떤 계기로 채널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백종원의 요리비책: 제가 유튜브를 시작한 배경은 제 레시피와 상관없는 레시피가 인터넷상에 많아서 유튜브를 통해 정확한 레시피를 전달해보고자 함이었어요. 제게 유튜브는 백과사전보다는 인생에 도움이 되는 무료 서점 같은 느낌인데, 서점에 들어가면 어린이 책부터 전문 서적까지 있잖아요. 유튜브에는 젊은 사람부터 연령 있는 사람, 초보자부터 전문 지식을 가진 사람까지 있기 때문에 무궁무진하고, 재미도 있고, 배우는 것도 많아요. 저도 여기에 제 노하우를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워크맨: JTBC 콘텐츠허브 최종 면접에서 워크맨 아이디어를 처음 떠올렸어요. 당시 “‘체험 삶의 현장’을 유튜브 구성에 맞게 바꾸어 대중에게 정보를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답변을 준비했었는데요. 입사 후, 3일 만에 장성규 씨를 사석에서 만나면서 장성규 씨라면 제가 구상했던 프로그램에 진정성을 나타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자리에서 제안을 하며 워크맨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자이언트 펭TV: 모든 레거시 미디어가 그렇듯 EBS도 약간 위기감을 가지고 있었어요. 특히 부모님이 프로그램을 선택해주는 유아 타겟층은 EBS를 보지만, 자기가 채널을 결정할 수 있는 시기가 된 후에는 더 이상 EBS를 선택하지 않는 모습이 안타까웠어요. 그래서 이러한 타겟층이 선호하는 플랫폼에서, 가르치려는 하기보다 동등하게 소통하는 콘텐츠를 만들어 보고자 <자이언트 펭TV>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Q. 세 채널 모두 많은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자이언트 펭TV: 시청자분들의 사랑을 받은 이유는 두 가지로 설명해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첫 번째는 ‘EBS에서 이런 거를 해?’라는 의외성이에요. EBS 아이돌 육상대회에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캐릭터가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화제가 된 것 같아요. 두 번째는 펭수가 권력에 굴하지 않고, 수평적인 화법을 가지고 있는데 이런 부분에서 매력을 느끼고 공감해주시는 것 같아요..
워크맨: 스튜디오 룰루랄라 채널의 주 타겟층이 아르바이트와 취업에 대해 고민하는 연령대의 사람들이었어요. 그렇다 보니 ‘직업’이라는 소재에 대해 많은 시청자분들이 공감하셨던 것 같습니다. 또 하나는 연출적인 재미인데, 기존의 레거시 미디어를 탈피하고자 하는 컨셉이 새로움과 재미를 줄 수있었던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는 장성규 씨의 사이다 발언들이에요. 시청자들이 일하면서 하고 싶었던 말을 장성규 씨가 대신해주니 여기에서 희열감과 짜릿함을 느끼시는 것 같습니다.
백종원의 요리비책: 제가 유튜브를 대형 서점에 비교했 듯, 책을 사러 갈 때 눈에 들어오는 게 있잖아요. 저는 요리책에 글씨 많은 것을 싫어하거든요. 저희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도 편하게, 쉽게 전하려고 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Q. 디지털 콘텐츠에 도전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자이언트 펭TV: 미니멀리즘 관련한 다큐멘터리를 한 적이 있는데, SNS에서 콘텐츠를 보고 직접 실천하게 되었다는 반응들이 있었어요. 또 어린이 청소년 웹드라마를 제작했을 때도 ‘위로가 되었다’는 댓글이 몇백 개씩 달렸었는데, 이렇게 시청자들에게 유의미한 피드백을 받았을 때 의미있고 뿌듯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쌍방향성이 강한 유튜브 콘텐츠에도 관심을 갖고 있었고, 디지털 콘텐츠 제작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워크맨: 2016년에 2년 정도 중국에서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한 적이 있어요. 이때 중국은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이 TV보다는 모바일로 주로 콘텐츠를 시청하고 있었고, 한국도 곧 이런 트렌드가 번질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한국의 사용자들도 유튜브로 콘텐츠를 시청하는 데 익숙해져 있더라고요. 앞으로는 모바일, 숏폼 위주의 콘텐츠가 대세가 될 것 같아 디지털 콘텐츠를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하는 게 미래 지향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Q. 기존에 제작 및 출연하던 방송 프로그램과 유튜브의 차이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워크맨: 저는 역발상이 콘텐츠에 신선함을 준 것 같아요. 어떤 자막을 넣을지 고민이 될 때 ‘TV였으면 이렇게 넣었겠지’라는 생각을 먼저 하는데, 그때마다 ‘이것과는 반대로 가겠다’는 생각을 해요. 그렇게 하다 보니 지금의 재치있고, TV에서는 보지 못했던 독특한 자막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자이언트 펭TV: 구독자분들이 주는 피드백을 반영하는 게 큰 부분인 것 같아요. 펭수의 첫 팬사인회 때 펭수가 혼자 덩그러니 앉아있는 재미있는 그림을 생각했는데, 진행해보니 번호표가 동나고 자리가 꽉 차진 거에요. 짧은 시간임에도 펭수와 소통하면서 좋아하시더라고요.
백종원의 요리비책: 일단 TV는 100여 명 이상의 제작진이 움직이기 때문에 준비도 많이 하고, 한 결정되면 변경도 힘들어요. 하지만 유튜브는 즉흥적인 것이 가능하고 이렇게 즉흥적으로 만들어진 것들이 시청자분들의 반응도 좋더라고요. 장단점이 있지만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대로 다 해볼 수 있다는 것은 유튜브가 가진 매력인 것 같아요.
Q. 가장 인상 깊은 콘텐츠나 에피소드는 무엇인가요?
백종원의 요리비책: 다 애착이 가는데요. 굳이 하나를 꼽자면 골목식당 촬영 현장에서 골드와 실버 버튼을 한꺼번에 받았는데 인상 깊었던 것 같습니다.
자이언트 펭TV: 저도 다 기억에 남지만, 처음에 펭수가 구독자가 없을 때 팬들을 확보하기 위해 초등학교에 전학생처럼 찾아갔던 1,2화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이런 시도가 처음이기도 했고 ‘펭수가 유난히 큰데 과연 잘 어울릴 수 있을까?’하며 걱정했는데, 펭수가 아이들 사이에 잘 어울리더라고요. 그 때 ‘어쩌면 잘 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도 잠깐 했었어요.
워크맨: 많은 분들이 조회 수가 가장 높았던 애버랜드 편이라고 생각 하시겠지만, 저는 첫 촬영이 제일 기억 남아요. 장성규씨와 촬영장에서는 첫 만남이었고, 구성 없이 촬영하는 것도 처음이었거든요. 첫 촬영 때는 하루에 두 편을 찍는 것이 목표였는데, 막상 찍다보니 하루에 두 편을 찍는 것이 쉬운 게 아니더라고요. 장성규씨도 하루에 두 직업을 하다보니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표현하지 못해서 촬영적으로 아쉬운 점이 있었고요. 그 뒤로 일주일에 한 직업만 찍고 있습니다.
Q. 디지털 콘텐츠 PD를 꿈꾸는 사람에게 필요한 역량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워크맨: 저희 팀은 밑으로 컨펌을 받고 있어요. 만든 것을 후배들에게 먼저 보여줍니다. 그들이 타겟층이자 시청자이기 때문에 재밌다고 느끼는지가 중요하거든요. 저는 ‘꼰대 마인드’를 내려놔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희 타겟이자, 디지털 콘텐츠의 주 타겟이기도 한 젊은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내가 맞다는 것을 버릴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것 같아요. 또 선례가 없는 것이더라도 하고자 하는 도전 정신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자이언트 펭TV: 자발성, 취향, 관심사와 재능을 가진 크리에이터들이 등장하는 유튜브 콘텐츠는 TV 콘텐츠에 비해 진정성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연출자의 역할이 더 중요하고 어려워진 것 같은데요. 모든 것은 꼼꼼히 체크하며 통제한다거나 아예 뒤로 물러나는 태도 보다는 크리에이터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상황을 잘 예측하고 설계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Q. 유튜브를 통해 자신의 노하우를 공유하는 것을 망설이시는 분들에게 전하는 조언이 있나요?
백종원의 요리비책: 개인적인 경험으로 볼 때 자신의 지식이나 노하우를 공유하면 누군가가 여기에 또 다른 색을 칠해 공유하게 되고, 이게 돌고 돌아 나에게 새로운 지식이 되어 되돌아오는 순간들이 있더라고요. 그렇다 보면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가 발전하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 시도하고 싶은 콘텐츠는 무엇인가요?
백종원의 요리비책: 지금까지는 음식을 처음 시작한 분들에게 자신감을 드리고 “일단 해보세요”라고 말해왔다면 앞으로는 한국 음식을 아직 접해보지 못한 해외 분들이 한국에 오고 싶고, 한국 음식에 도전하고 싶게 만드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습니다.
자이언트 펭TV: 앞으로 하고 싶은 콘텐츠는 무궁무진한데요. 꿈을 크게 갖자면 영화를 제작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워크맨: 지금은 아르바이트를 하는 분들을 대변하고 있는데요, 고용주나 선배들의 고충도 충분히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분들을 대변할 수 있는 콘텐츠나 캐릭터가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또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일하는 분들을 찾아서 조명하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채널의 향후 목표 및 포부는 무엇인가요?
자이언트 펭TV: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펭수의 이런 모습을 사랑해주셔서 빠르게 스타가 되었어요. 이러한 사랑이 거품이 되지 않도록 진정성과 소통이라는 키워드를 잃지 않고 롱런할 수 있는 자이언트 펭TV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워크맨: 디지털 시장은 롱런하기가 쉽지 않은데 저희도 곧 1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시청자들이 식상함을 느끼지 않도록 다양한 캐릭터나 포맷을 개발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이고요. 개인적으로는 ‘꼰대 마인드’가 되지 않도록 스스로 리마인드 하는 게 목표입니다. 백종원의 요리비책: 음식을 직접 만드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해 한국 시청자 분들의 입맛이 더 까다로워져, 자연스럽게 더 맛있는 식당이 생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또 해외에 있는 한국 분들에게는 해외 어느 곳에 있어도 한식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콘텐츠를, 해외 분들에게는 한식이 생각보다 만들기 쉽다고 느낄 수 있고 한국을 방문해 한식에 감탄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습니다.
작성자: 유튜브 블로그 운영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