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전문 분야 직업인에서 현재 전업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전향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세 명의 크리에이터, 빨강도깨비(영화), 아시안 보스(사회/문화), 꼬요야 놀자(키즈)의 솔직 담백한 이야기를 공유합니다.
Q. 각자 소개를 부탁 드릴게요.
빨강도깨비: 영화 전문 채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장르에 상관 없이 다양한 영화를 소개하고 어떤 주제별 ‘베스트’를 뽑거나 뒷 이야기를 설명하는 영상을 주로 만들고 있어요.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시작하기 전에는 중견 건설회사에서 해외 마케팅을 10년 간 담당 했습니다. 크리에이터가 된 지는 1년 정도 됐네요.
아시안 보스: 저희 채널은 다양한 문화적 차이, 사회 이슈, 트렌드를 인터뷰 형식으로 다룬 콘텐츠를 만들고 있습니다. 한국, 일본, 호주, 인도 등 다양한 나라를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호주에서 금융 전문 변호사로 5년 간 일을 하다가 크리에이터의 길로 들어서게 됐습니다. 해외에서 20년 이상 생활했는데 한국에 들어온지는 약 8개월 가량됐고, 지금은 정착해서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꼬요야 놀자: 안녕하세요, 저는 키즈 채널 꼬요야놀자를 운영하고 있고 프리랜서 리포터로도 병행 활동하고 있습니다. 유튜브 시작한지 이제 6개월 가량 됐죠.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Q.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할 질문일텐데, 어떤 계기로 전문 직업인에서 크리에이터로 전향하게 되었나요?
빨강도깨비: 직장을 다니면서 취미로 영화 블로그를 했었어요. 영상과 소리로 되어 있는 영화를 글과 이미지만으로 전달하는게 항상 아쉬웠는데, 작년에 마블 영화 줄거리와 세계관을 정리하는 포스팅을 준비하다가 우연히 너무 깔끔하고 재미있게 정리된 해외 유튜버의 동영상을 보게 되었어요. 제가 그동안 하고자했던 딱 그런 콘텐츠였어요. 제 글은 재미가 없었는데 말이죠 (웃음). 그날부터 밤을 세워가면서 인터넷으로 영상편집을 배우고 한 달 정도 후에 첫 영상을 올렸습니다. 처음 두 달 정도는 직장생활을 병행하면서 영상을 만들었지만 쉬운일이 아니었어요. 나름 유튜브의 수익구조와 가능성을 조사해보고 전업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아시안 보스: 해외에서 오래 살다보니 K-Pop에 대해 솔직히 잘 알지 못했었거든요.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 조회수가 채 1만도 되지 않았을때 발견을 했는데 너무나 놀랍고 충격적이었어요. 그 영상을 보자마자, 지금 저와 채널을 같이 운영하고 있는 일본인 친구에게 전화해서 “우리 (영상에 관한) 무엇이라도 당장 해야겠다!”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강남스타일이 얼마나 열풍이었냐면 호주에 근무할 당시 회사 내 높은 직위 분들도 사무실에서 말춤을 추고 다녔으니까요. 영상 콘텐츠에 대한 파급력을 실감한 계기였죠.
Q. 콘텐츠 제작을 하나의 취미가 아닌 ‘커리어’로 접근했다는 점이 굉장히 흥미로운데요, 직장인이었을 때와 비교해 크리에이터로서 어떤 점이 더 좋은가요?
꼬요야 놀자: 저 같은 경우는 현재 프리랜서 리포터로도 활동하고 있는데요, 크리에이터의 경우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에 연장선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어서 도전하게 되었어요. 기존 방송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상황과는 달리 유튜브라는 자유로운 환경에서 제 아이디어와 열정을 온전히 저에게 다 쏟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원치 않는 편집도, (방송인이라면 두려운) 개편도, 교체도 없죠 (웃음).
아시안 보스: 제가 다녔던 로펌은 업무량이 상당히 많았어요. 그때는 일주일에 80~90시간씩 일했는데, 솔직히 지금은 그것보다 더 오래 일합니다. 그런데 일하는 것 같지가 않아요. 성취감은 대단히 크고요. 새벽 3시에 아이디어 생각나면 일어나서 잊어버릴까봐 적어놓기도 해요.
빨강도깨비: 일단 크리에이터를 직업이라는 개념으로 보면, 혼자서 기획하고, 실행하고, 책임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조직생활에서 겪었던 비효율적인 과정들이 없는게 제일 큰 장점인 것 같습니다. 10년 넘게 직장생활을 하면서 나름의 성과도 있었지만 지금처럼 성취감이 크지는 않았거든요. 이 성취감이라는 것이 꼭 조회수나 반응과 결부되는 것은 아니에요. 편집을 마친 영상을 혼자서 틀어놓고 나만의 시사회를 하기도 하는데, 다 보고 혼자 기립해서 박수치고 ‘잘 만들었다!’ 자축도 합니다.
회사를 나와서 퇴직금으로 향후 얼마 간은 수익이 없더라도 지속할 수 있도록 방법을 마련해 놓고 차차 실행해 갔습니다. 직무기술서까지는 아니지만, 제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나름 꿈의 직장이라 생각했던 여러 조건들이 있었죠. 이를테며 주 5일 근무, 주말과 공휴일은 꼭 쉬는거죠. 6시 칼퇴근에 1년 중 11개월만 일하고 한 달은 휴가를 갖고 싶었어요. 그리고 일주일에 한번 회식 대신 가족 외식과 같은 식이죠. 직장을 다니면 정말 하늘의 별따기 같은 근무조건이지만 혼자 하는일이라 거의 다 지켜지는 편이예요. 저의 성취감과 가족의 삶을 병행할 수 있는 조건을 스스로 만든 케이스라고 할까요.
Q. 아시안 보스님은 특별히 아시아 청년들이 겪는 환경이나 사고 방식이 독특하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나요?
주관적인 생각일지는 모르겠지만 살면서 만난 많은 아시아계 청년들이 대부분 성공하는 길은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고, 스스로 새로운 것에 도전하겠다는 사람은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당당한 표현력, 리더십이 상대적으로 덜 드러나기도 하고요. ‘보스’라는 이름은 남들의 이목에 상관 없이 스스로를 잘 표현하고, 도전하는 아시안의 모습을 돕겠다는 의미를 담아 지었습니다. 스스로 그런 모습이 되어 보여주고 싶기도 하고요.
Q. 꼬요야 놀자님은 요즘 성장하는 많은 키즈 채널에 비해 자신만이 가진 차별화 포인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리포터라면 처음 가는 곳의 현장 분위기나 인터뷰 대상자 특징 등을 먼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즉흥적인 상황이나 돌발 상황에도 이야기를 잘 풀어내는 부분은 아무래도 남들보다 수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와 대화하고 공감하려는 방식이 가장 큰 강점이겠죠. 대본은 전혀 없어요. 장난감도 일부러 숨겨놨다가, 아이한테 보여줬을 때 그 생생한 반응을 실어요. 예전에 거울 모양의 장난감을 아이가 좋아할 줄 알았는데, 막상 꺼내니까 무서워했어요. 그 때 아이한테 강요하지 않고 혼자 재미있게 놀았던 경험도 있죠. 제가 어릴 때만해도 주입식 교육이 일반적이었는데, 아이가 무언가를 하면, “하지마!”, “안돼!” 이런 말을 쉽게 하는 분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저는 아이가 엉뚱한 말을 하더라도 “그래?”, “아 그럴 수가 있구나”하면서 가만히 들어주고, 아이의 생각을 말할 수 있게 기다려 줘요. 이런 방법이 아이의 자신감이나 창의력을 해치치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Q. 세 분 모두 각자 분야에서 본인만의 팬덤을 구축했는데, 인상적이었던 팬들의 반응이나 피드백이 있었나요?
빨강도깨비: 제 경우에는 주요 구독층이 20대 후반에서 30대 후반이고, 열렬하다기 보다는 그냥 조용히 보고 가시는 분들이 더 많은 듯 합니다 (웃음). 그런데 가끔 댓글을 보고 놀랄 때도 있는데, 예를 들어 최근에 영화 속에 등장하는 ‘활’을 다룬 영상에는 국궁의 역사부터 시작해서 가히 논문 수준으로 다는 분도 계셨어요. 종종 여느 영화 리뷰 프로그램보다 재미있다고 칭찬해 주시는 분들이 계신데, 감사하지만 그 분들하고는 저의 채널은 조금 다른 스타일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영화를 소개한다기 보다는 ‘비디오 에세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화면은 영화일지라도 담는 내용은 굉장히 풍부한 스토리가 있고, 훨씬 유튜브스러운 콘텐츠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죠.
아시안 보스: 제가 무언가 이슈를 던지면 그에 대한 공방이 벌어지는 모습이 신기해요. 그런데 가끔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 대해 무조건 공격하는 경우들을 봐요. 오히려 이런 부분에서 아시안보스 채널이 기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계속 대화의 장을 만들고, 끊임 없이 ‘대화’를 하고, 서로 이해를 높이는 과정을 이끄는 거죠.
꼬요야 놀자: 저의 어린이 팬들은 “1등” 이런 댓글을 가장 먼저 달죠(웃음). 늦게 댓글을 달아서 미안하다고 하는 친구들도 있고, 아주 어린 아이들도 보다보니 ‘ㅡㅡㅡㅏㅏㅏㅏ’ 같이 알수 없는 댓글도 많이 달려요.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요.
Q. 향후 계획을 들려주세요.
아시안 보스: 지금처럼 여러 나라 사람들의 솔직한 생각을 담아내는 콘텐츠를 중점으로 한 미디어 회사를 세울 계획입니다. 아시아의 VICE 미디어나 허핑턴포스트같이 말이죠.
빨강도깨비: 영화를 공통분모로 하는 제 나이 또래 성인들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습니다. 빨강도깨비 채널은 남성 팬들이 많은데, 팬들도 좋아하고 저도 좋아하는 콘텐츠를 고민하다가 하반기 테마를 액션으로 결정했습니다. 이번 달에 영화 속 ‘활’ 이야기를 꺼냈는데, 다음엔 검, 맨손액션, 자동차액션 등을 다뤄볼 예정입니다.
꼬요야 놀자: 채널을 만든지가 6개월 남짓이라 앞으로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요. 제가 보통 영상 촬영이나 편집을 위해서 콘텐츠코리아랩이라는 크리에이터 무료 지원 시설에 매일 출근하다시피 하는데요, 어린이와 함께 하는 꽁트나 재미있는 패러디 콘텐츠도 만들고 싶고요. 무엇보다 자극적이지 않고 진솔한, 그리고 부모님이 아이와 함께 시청하시기 편안한 영상들을 계속해서 만들 계획입니다. 아 참! 콘텐츠코리아랩 정말 사랑합니다.
정리: 유튜브 블로그 운영팀